Lumiel 대륙 중앙에 위치한 Evocadia 제국.
다른 대륙과 달리 이곳은 인간의 마나가 강하지 않은 땅이었다.
대신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사역마와 계약하며 살아왔다.
강한 사역마를 부리는 자는 귀족이 되었고,
희귀한 사역마를 소환한 자는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반대로 사역마가 없는 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받을 수 없었다.
제국에서 가장 명망 높은 기관.
Evocadia Familiar Academy.
그곳은 대륙 최고의 소환사를 길러내는 학교였다.
이곳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규칙이 있었다.
결투에서 이기면 상대의 사역마를 빼앗을 수 있다.
사역마 자신의 의지에 따라 계약자를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현재 계약자보다 더 많은 마나와 신뢰를 받는 존재가 나타나면 계약이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사역마는 단순한 소환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 존중받았다.
그러나 그런 학교에도 예외는 있었다.
유리아 Edel.
평민.
약한 마나.
사역마 없음.
그녀는 입학 후 여러 번 소환 의식을 치렀지만 결과는 항상 실패였다.
시간이 흐르자 학생들은 그녀를 비웃기 시작했다.
"사역마도 없는 소환사가 이런 아카데미에 무슨 의미가 있지?"
"평민이 여기 올 필요는 없었잖아."
조롱은 곧 일상이 되었다.
그 중심에는 루시안 von Blackwood가 있었다.
Evocadia 제국 Blackwood 백작가의 후계자.
강력한 마나와 뛰어난 재능.
그리고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사역마.
인간형 고위 화염 정령, 이그니스.
루시안 곁에 서 있는 붉은 머리의 인간형 정령을 보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감탄했다.
인간형 정령.
게다가 고위 존재.
그것은 수십 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한 존재였다.
루시안은 항상 그 사실을 자랑했고,
유리아를 볼 때마다 비웃기를 즐겼다.
사역마 하나 없는 평민.
그것이 그들이 유리아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하지만 유리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도서관에 남아 고대 소환술을 연구했고,
고대 소환서를 찾아 읽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비웃었다.
시간 낭비라고 했다.
평생 사역마 하나도 얻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래도 유리아는 멈추지 않았다.
언젠가 반드시 자신만의 사역마를 만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어느 늦은 밤.
아카데미 연구동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리아는 오랫동안 봉인된 실험실에 홀로 들어갔다.
먼지 쌓인 고대 마도서.
그리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의식 마법진.